공손함과 너그러움, 신의와 민첩함과 은혜로움, 이 다섯 가지를 행할 수 있다면 '인'을 실천하는 것이다 공손하면서 욕보이지 않고 너그러우면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신의가 있으면 남이 일을 맡기에 되고 민첩하면 일을 이루어 낼 수 있고 은혜로우면 사람을 부릴 수 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친절하고 공손하여 사람을 따르게 하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남에게 친절하고 공손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다만, 친절이나 공손이 지나치면 비굴하게 비쳐질 수 있어 때에 따라 중용을 지켜야 할 것이다 너그러움이 미덕이 되는 것은 너그러움과 함께 칼날 같은 결단력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 때 어진 재상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은 너그러운 성격으로 집안에서는 아랫사람들이 어려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종의 어린 자식들이 난동을 부려도 조금도 노여워하는 기색 없었다 한다 하지만, 조정 내 국가 대사에는 서릿발 같은 결단력이 있었고 식견과 생각이 깊고 큰 일을 잘 결단한다며 세종 역시 존경을 아끼지 않았다 황희의 다른 일화로, 하루는 후원을 거닐고 있는데 이웃 개구쟁이 아이들이 주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배나무에 돌팔매질을 하여 잘 익은 배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를 본 황희가 큰소리로 하인을 불러 바구니를 들고 오게 하고는 담은 배를 아이들에게 갖다 주라고 한다 혼이 날까 숨어서 듣던 아이들은 크게 감명받는다 이와는 달리 조정에서 경재(卿宰)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사안이 많아 길어지자 참석자들이 모두 시장하여 공조판서 김종서가 공조에 명령을 내려 약간의 음식을 장만하여 오게 한다 이를 본 황희 정승이 크게 꾸짖게 되고 정부의 각각 부서가 있는 법, 예빈시가 있는데 사사로이 공조에 명을 내린 김종서에게 질책을 했다 처세는 너그럽게 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단성도 겸해야 한다 모든 지나치면 좋지 않지만 알맞게 가늠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은혜는 항상 위엄과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다
남의 아름다움은 이루게 하라
남의 눈에 아름답게 비치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이다 장점을 잘 키워나가면 성숙을 기약할 수 있고 성공도 한다 올바른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은 남의 장점을 키워 주려 노력하고 훌륭하게 꽃 피울 수 있게 도와준다 반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남의 장점을 시기하여 짓밟고 꼬드겨 삐뚫어지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지니고 있듯 되도록 좋은 점을 신장시켜 도움을 줘야 한다
조선 명종때 15년 동안 정승으로 지낸 상진은 천성이 너그럽고 인자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상진이 스물여섯 살에 과거급제를 하고 검열이란 청직에 임명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때였다 마침 초여름이었고 잠깐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상진이 황소 두 마리를 끌고 논으로 데려가 일하려던 농부와 얘기를 나누게 된다 상진은 이 두 마리 황소 중 어느 놈이 더 일을 잘하는지 물었고 이에 어물거리다 귓속말로 어려 보이는 놈이 더 잘한다 얘기하게 된다 주변에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데 귓속말로 대답한 농부를 이상하게 생각한 상진은 무엇 때문에 은밀하게 말하는지 묻게 된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할 수 없으며 칭찬받은 놈은 기분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놈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농부의 행동에 큰 가르침을 얻고 감명받은 상진은 그 후로 남과 비교하는 언동이라든지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았고 평생토록 그것을 지키게 된 것이다
상진의 또 다른 일화로 젊은 시절 수찬이라는 벼슬에 있을 때였다 하루는 퇴궐하다 붉은 비단으로 싸여 있는 물건을 줍게 되고 열어보니 값 비싼 순금으로 만든 술잔 한쌍이다 대전 수라간 별감(임금의 조석 수라상을 돌보는 사람)이 집안 조카의 혼인날 사용하고 다시 대궐로 갖고 들어가다 실수로 떨어뜨리게 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임금이 쓰는 그릇을 사사로이 이용한 것도 사죄(死罪)에 해당되지만 그릇까지 잃어버렸다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형편이었다 잘 못을 뉘우치고 있는 별감을 보고 상진은 이 모든 것을 알고도 눈 감아 준다 너그럽게 봐줌으로써 대전별감의 나쁜 점을 바로 잡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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