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세계사, 한국사)

조선에 치욕을 안겨 준 인조, 의순 공주, 고통 받는 조선의 여인들

dn-min 2024. 6. 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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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치욕을 안겨 준 인조, 군신관계의 시작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는 오랑캐라고 얕잡아 봤던 청나라 황제에게 삼전도의 굴욕을 겪으며 치욕스럽게 충성을 맹세했던 왕이다 인조는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병자호란을 겪고 아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인질로 끌려간다

 

1649년 새롭게 즉위한 조선의 제17대 왕 효종, 즉위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무렵 청나라 사신들이 비밀문서 하나를 들고 조선으로 온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가 요구하면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조선은 청나라 섭정왕 도르곤이 왕실 공주뿐 아니라 대신들과 종친들의 여식들 중 참한 자를 골라 자신의 신붓감으로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순치제의 삼촌이자 청나라 최고 실세였던 섭정왕(임금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 도르곤은 어린 조카를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고 황제와 다름없는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한편 청나라 오랑캐와의 혼인을 치욕이라 여겼던 조선 사람들은 효종을 비롯해 누구도 자신의 딸을 내어놓지 않았다

 

청나라 사신들과 협의 끝에 도르곤의 신부가 정해진다

 

청나라 사신들과의 우여곡절 끝에 도르곤의 신부가 정해진다 성종의 서 7남 봉안군의 양증손인 금림군 이개윤과 부인 문화 류 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 16살의 이애숙이다 조선시대 공주들은 7살이 넘으면 새로운 이름을 받는데 이때 뽑힌 여성을 조선의 공주라 소개하고 대의에 순종하는 공주란 뜻의 의순공주란 작호를 받는다 의순공주가 조선에서 떠나는 날 효종은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자 아버지 이개윤에게 종 1품과 비단, 쌀을 내리고 두 오빠는 벼슬과 비단, 은 천냥을 받는다 왕의 먼 종친이었지만 딸의 결혼으로 이개윤의 집안은 관직과 재산을 얻게 된다

 

도르곤이 사는 북경의 자금성까지는 약 757킬로, 무려 2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긴 여정 끝에 청나라에 도착한 공주를 섭정왕 도르곤이 맞이한다 의순공주가 하얀 매처럼 아름다워 백송골이란 청나라식 이름을 받고 원치 않는 결혼이지만 말도 문화도 다른 청나라에서 공주는 도르곤의 5번째 아내가 된다

 

의순공주의 두 번의 결혼,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환영받지 못한다

 

의순공주가 떠나고 넉 달 뒤 8월, 사실 효종은 청나라에 철저하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청나라 몰래 병자호란 때 받은 치욕과 수치를 되갚아주고 청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북벌정책을 계획하고 있었다 청나라가 눈치채고 이를 트집 잡으며 다시 여인들을 청나라로 보내라며 소식을 전해 온 것이다 결국 힘없는 여성들이 희생양이 되지만 조선을 떠났던 여성들이 다시 돌아오는 사건이 발생한다 도르곤이 사냥을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린 것이다 결혼 7개월 만에 남편을 잃고 혼자된 의순공주는 형사취수(형이 죽으면 남동생이 형수를 취하는 풍습) 제도에 의해 새로운 실세 보로에게 넘겨져 두 번째 남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조선 사대부 여인이었던 의순공주에겐 이 모든 일이 너무 힘든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보로의 아내가 된 지 1년 만에 남편 보로가 또다시 죽게 된다

 

1655년 추운 겨울, 조선 사절단으로 청나라에 간 이개윤은 타국에서 혼자된 딸을 청나라 황제(순치제)의 허락을 받아내고 조선으로 데려오게 된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의순공주

 

당시 청나라에는 의순공주보다 먼저 끌려 온 여인들이 있었다 병자호란 당시병사들이 백성은 물론 사대부 여성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갔는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이 중 다행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환향녀(포로로 잡혀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라는 이유로 가족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가문의 명예가 떨어질까 두려워 살아 돌아온 아내, 며느리들을 집에서 내쫓고 손가락질하며 비난했다 아버지와 함께 귀국한 의순공주 역시 조선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고 조정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딸을 데리고 온 것은 국법에 의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관직을 삭탈하고 벼슬아치 명부에서도 삭제해야 한다며 청원하게 된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개윤은 관직에서 물러나 도성밖으로 쫓겨나고 딸과 귀국한 지 5년이 되던 해 1662년 8월 6일 28살의 젊은 나이로 의순공주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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